잡문

장초란 2020. 11. 9. 02:34

인생 사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지 어렵게 생각하는지 여튼간에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껏 계속 바꾸지 못 한 것이 몇가지 있는데

하나는 계속 버릇 처럼 말 하고 있는 잠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바로 인간 관계이다.

 

겉보기엔 낯도 안가리고 말도 툭툭하고 상당히 친해지기 편한 스타일인데

실은 난 철벽쟁이이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그냥 아무 문제없이 평범하게 편한 사람인데

연락은 할 말이 없으면 안 하고, 쉬는 날 사적으로 만나는 것도 안하고,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을 애초에 뿌리부터 싹부터 다 잘라내고 있다.

 

숨쉬고 사는 것만으로도 힘들어하는 저질 체력인것이 이 사단의 근본적인 이유이다.

돈벌고 살려면 일은 해야하는데 일하면서 다른 무엇인가를 신경쓰는 것을 할 자신도 없거니와...

또... 좀 머리 아픈 이야기인데 인생 혼자 살다 혼자간다는 원칙을 나 자신에게 엄격하게 하기 위함도 있다.

 

예를 들면 요즘의 내 상태.

머리아파 죽을것 같은데 이걸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이야기 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머리도 아프고 심장도 빨리 뛰어서(정확히 말하면 뛰는 것 같이 느끼고 있는 것 뿐이다. 일종의 공황장애라고 본다.)

...너무 빨리 뛰는 것같이 느껴져서 토할 것 같다.

 

근데 이걸 누군가에게 이야기 할 수가 없다.

이야기 한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고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도 없는 이야기이고

그렇다고 환자 취급 당하는 것도 싫고, 무엇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아직도 아프냐?]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무섭다.

 

워낙 사람한테 기대는 것도 해 본적이 없고 그래서 한번 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이 특정 인간에게 기댈 것 같은데

아프다고 구질구질하게 기대서 [또냐]라는 귀찮은 시선으로 바라봐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원래 아프다는 소리는 주변인을 힘들게 하는데 끝도 없이 아프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귀찮아 안 할 사람은 없다.

내 경험상 이게  완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계속 이러고 살아가는 것 일 텐데.

 

병원에 가서 약을 타 먹는 다고 해도 계속 졸린 부작용이 너무 커서 푹 잠들어서 출근 못 할 까봐 너무 두렵고

 

그래서 그냥 이러고 견디고 있다.

 

그랬는데

오늘 꿈을 꾸었다.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 내 상태를 울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깨어있으면 너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그래서 잠을 계속 자고 싶고,

심장은 너무 빨리 뛰는 것 같아서 목구멍으로 심장이 튀어 나올 것 같아서 토할 것 같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이러고 난 또 깨질 듯한 머리를 감싸안고 눈을 뜨고 또 눈을 감았다.

빨리 다시 잠 들고 싶었다.

 

근데 이게 일어나 생각 해 보니, 그냥 머리아프고 몸 안 좋다고 누군가에게 속 시원히 말하고 싶었던것 같다.

 

꿈에서라도 누군가에게 속시원해 울면서 이야기 하니 좀 나아진 것도 같고,

여기에도 나 머리아프다고 유난 떨면서 기록을 남기고 있으니 좀 살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나 자신을 세뇌하는 것 같긴한데

괜찮다. 

오늘 보다 내일이 내일보다 글피, 나는 더 견고 해 질 것이다.

왜냐면 아픔을 알고, 이겨내고, 남의 아픔도 아는 사람이 되어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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