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

가을 탄다.

장초란 2020. 10. 30. 00:21

 

 

 

매년 여름이되면 기분이 다운이 되는 시기가 있었다.

 

숨쉬기도 힘든 여름의 텁텁한 공기.

티셔츠 안으로 흐르는 땀.

따스하다 못 해 살을 파고들 것만 같은 햇볕과 눈이 부실 듯 한 햇살.

새파란 이파리.

매미소리가 노이로제였다.

 

특히 일본의 여름은 아스팔트의 열기가 일렁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강렬했다.

나를 포함해 밖을 걷는 사람들 눈이 다들 동태눈깔이 되어있었다.

단순히 더워서 기분이 다운 되는 것은 아니였다.

 

여름의 그 모든것으로 부터  젊음, 에너지, 파워를 느끼는 것이 문제 였던 것 같다.
(심지어 동태눈깔이 되어서도)

 

이렇게 밖은 힘이 넘쳐나는데 나는 뭐지?

라는 못 난 생각에 머릿속에선 나쁜 생각이 가득.

진짜 못 난 발상이 아닐 수가 없다.

 

이랬던 내가 가을을 타기 시작했다.

 

언젠가부터 여름의 뜨거운 공기가 가시고 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느껴질 무렵,

나는 한없이 머리가 아파온다.

 

머리가 아파서 눈을 못 뜰 정도 인데,

겉보기에도 얼굴색부터 창백해지고 먹지를 않으니 만나는 사람들 마다 걱정을 한다.

 

근데 나는 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는 것을.

한달정도 머리아프고 마음이 아프고 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그래서 지금도 아픈 머리를 감싸안고도 괜찮을거라고 생각 할 수 있다.

다만 조금 많이 졸리고, 평소보다 에너지 소모가 빨라지고, 예민해지는 것 뿐이다.

 

아, 가을의

시원한 바람.

높은 하늘.

떨어지는 낙엽.

청명한 가을의 냄새.

옷장에서 꺼낸 두꺼운 겉옷.

이 모든 것들로 부터 여름의 그 모든 것이 그리워진다.

 

기분 다운에 새벽에 감수성이 폭발해 지금 이런 글을 남기고 있는데,

내년 여름에 이 글을 보면서 이불킥하고 있겠지.

 

그래, 다 좋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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