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소설 2

지구 침공-편식

침공당하는 좋아하는 색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카키는 항상 주황색이라고 대답한다. 빨강색은 규리가 싫어하는 색이고 노란색은 규리가 좋아하는 색이기 때문이다. 규리는 토마토를 싫어했다. 규리는 토마토가 빨강색과 녹색을 연상시킨다 하여 싫다고 했다. 규리는 카키도 싫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규리는 좋아하는 것이 싫어하는 것 보다 많았지만 빨강색과 녹색이 같이 있는 토마토와 카키는 싫어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컬러네.” “...” 녹색 야채 위에 반쪽으로 잘린 방울토마토가 잔득 뿌려진 샐러드가 나왔다. 소스는 올리브 오일이다. 비아냥거리는 규리를 앞에 두고 카키는 포크를 들었다. 포크위에 푸른 이파리를 올리고 그 위에 모차렐라 치즈, 마무리로 반쪽짜리 방울토마토를 올려 입안에 넣었다. 치즈도 야채도 올리브 오일..

공상망상대전 2020.10.04

48시간 세대-불면증

네가 자고 있는 서른 하고도 네 번째 26시. “이 새끼 또 자고 있네.” 잠 좀 그만 처자라는 듯 짜증 난 목소리로 도윤이를 깨운다. 25시 정도에 갑자기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고 우민이는 도윤이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한 시간 정도는 같이 영화를 보는 듯하더니 영화가 고조되는 클라이맥스에서 도윤이는 그냥 고꾸라져 잠을 자고 있다. 영화의 초이스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소 도윤이가 보고 싶어 하던 공상과학 영화이다. 오히려 이런 노잼 영화를 꿋꿋이 보는 우민이가 더 자고 싶은 심정이었다. “야! 네가 좋아하는 캐러멜 팝콘도 사 왔다고! 왜 먹질 못 하고 처자고 있냐고요.” 나사에서 하루 48시간 운용 실험이 성공한 지 50년. 24시간보다 48시간 운용이 건강과 삶의 질이 높은 것은 이미 많..

공상망상대전 2020.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