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쿠키도 그 날의 다음을 생각한다.

장초란 2021. 12. 16. 00:18

그렇구나 넌 이제야.. 너의 진정한 모습을 찾은 거구나…

 

쿠키런 시리즈의 게임을 하다 보면 귀여운 캐릭터에 비해 스토리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누구나 금방 느낄 수 있다.
쿠키런 킹덤에서 이번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신 캐릭터와 스토리가 풀렸는데,

난 또 이 귀여운 쿠키들의 용모에 속아서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는 스토리에 3배는 격한 감정상태가 된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허약했던 소르베맛 쿠키는 요새 더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진 것 같다.
친구인 목화맛 쿠키는 그런 소르베맛 쿠키가 걱정이 되어 더더욱 신경을 쓰지만

소르베맛 쿠키는 서리여왕 쿠키를 따라(서리여왕 쿠키가 몸이 차가워지는 어린 쿠키를 잡아간다는 전설이 있다.)

설산으로 들어가 버린다.(죽음을 암시)



이를 목격한 목화맛 쿠키가 설산에 들어가 소르베맛 쿠키를 찾지만 서리여왕 쿠키가 보여준 것은

죽어가는 소르베맛 쿠키였다.
목화맛 쿠키는 죽어가는 소르베맛 쿠키를 보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소르베맛 쿠키의 죽음을 납득하지 못하는 목화맛 쿠키에게 서리여왕 쿠키는 세상의 진리를 알려주고,

죽음도 순리이므로 막을 순 없지만 바람꽃을 찾으면 마지막으로

소르베맛 쿠키와 대화할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일러준다.



목화맛 쿠키는 갖은 고생 끝에 바람꽃을 찾아 소르베맛 쿠키와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소르베맛 쿠키는 목화맛 쿠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다.


그렇게 죽음을 받아들인 소르베맛 쿠키는 눈이 되어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흩어진 것만 같았던 눈송이가 다시 뭉쳐 쿠기의 형상을 만들었다.


소르베맛 쿠키는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게 된 것이다.
살아생전 허약했던 쿠키의 몸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행복해하는 소르베맛 쿠키였던 존재를 목화맛 쿠키는 바라보며

자신과 같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자유가 소르베맛 쿠키가 진정으로 원하던 것임을 깨닭고, 인정한다.

 


 

 

이 이야기는 여기서 한참 시간이 지난 후,

소르베맛 쿠키가 언젠가 여행을 하다가 목화맛 쿠키에게 돌아 올 때

길을 잃지 않도록 나무에 램프를 매년 단다는 것으로 끝난다.

 

처음부터 끝까지 목화맛 쿠키와 소르베맛 쿠키의 상반된 감정선이 이야기를 더욱 깊이있고 가슴 먹먹하게 만들었다.


목화맛 쿠키는 친구인 소르베맛 쿠키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어떻게 좀 해 보려고 사방팔방으로 온갖 노력을 하는 반면,

소르베맛 쿠키는 시종일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죽음과 가까이 있었기에 자신의 죽음에 대한 심적인 준비를 계속해 왔을 수도 있겠다.
혹은 현재의 병약한 몸으로 계속 살아가는 것에 지쳐, 아무도 모르는 죽음 다음의 것에 희망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죽어서야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렇게 가고 싶었던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하는 소르베맛 쿠키를 보며,

이젠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을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고 납득하고 보내는 목화맛 쿠키의 심정은 어땠을까…

 

알아, 사실 알고 있었어…! 네가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하지만 나는 너와 함께 있고 싶었어…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고 싶었어…!

 

사실, 이것이 정답인 것 같다.
죽음을 직접 맞이하는 사람은 그날의 다음을 생각할 수 있지만,
지켜보는 사람은 죽은 사람과의 과거의 추억과,

미래에 올 거라고 믿고 있었던 미련을 다 짊어지고

그 사람은 없는 너무나 슬픈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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