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11. 수요일 맑음
혼자서 일본에 온 그 해, 길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를 14년 동안 키우고 있다.
여짓 아픈 곳 없이 씩씩하게 큰 착한 아이이지만 나이엔 장사가 없는지 2년 전부터 하나 둘 몸에 이상이 발견되고 있다.
이번엔 방광염으로 화장실을 하루에 50번이 넘게 들락날락하면서도 소변이 나오질 않아 심히 괴로워 보였다.
병원에선 역시 방광염이니 약과 방광염 사료를 열흘간 먹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래도 먹는 것에 큰 집착이 없는 애인데 방광염 약을 먹으면서 부작용으로 구토를 하고 입맛도 없는지 통 밥을 먹지를 않는다.
소변은 잘 나오게 되었는데 이러다가 기력 없이 쓰러질 것 같아 뭐라도 먹이자는 생각으로 별 간식을 다 줘봤는데 흥미가 없는 듯, 구석에서 잘 뿐이었다.
어찌 저찌 평소에 좀 먹는 파우치를 잔뜩 먹이고 나니 좀 기력이 돌아온 듯해 보인다.
신기한 것이 약을 억지로 입안에 넣고 삼키게 하는데 이것에 대해선 화도 안 낸다는 것이다.
지도 살려고, 이게 약인 줄 알고 매번 놀라면서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5일.
부디 무사히 약 복용이 끝나고 건강하게 돌아오길...
매일 매일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방광염에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언젠간 찾아 올 마지막 날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진다.
비단, 고양이만이 아니다.
언젠가는 모두에게 있을 마지막 날.
나에게도 너에게도 찾아 올 마지막 날.
나는 모두의 마지막 날이 찾아오는 것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 자신의 마지막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준비한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인지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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